쇼프로그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, 지난주에는 1박 2일을 봤다. 드라마와 다르게 버라이어티는 한 반 년 안 보다 봐도 끊어지지 않아서 그나마 낫다. 내가 티비를 보는 건 뉴스, 축구, 가끔 가다 백분토론 정도인데 이걸 가리켜 어머니는 '룸펜이 되기 위한 과정. 없어봰다.' 라고 말씀하셨다.

백두산인가 어딘가를 간단다. 백두산... 중국에 있을 때 나도 가고 싶던 곳이었는데, 민족의 정기나 아름다운 광경... 이런 걸로 꼬드기기에는 그당시의 나는 등산할만한 체력이 아니었다. 고로, 나는 시안에 갔다. 양귀비가 목욕했다는 물에 손을 씻으면서, 나는 차라리 백두산에 갈 걸. 천지에 손 씻을 수 있을까? 짧게 생각했다. 그렇지만 진시황 무덤 보면서 그 생각은 잊었다. 그 수많은 말과 사람들의 조각이 볼만했던 거다. 아, 물론 병사들 표정 다 다르다는 건 맞는 것 같았다.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 말 표정은 다 똑같았다. 방학이 끝나고 수업 시간에 방학 동안 뭐 했냐고 했을 때, 말 표정 다 똑같았다고 하자 교수님이 크게 웃었으니까.

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. 백두산에 간다고 하자 출연진들이 아우성을 쳤다. 그러면서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는 카메라맨들이며 촬영기사들에게 카메라까지 들고 가는 분들이 왜 가만히 있냐고 더 크게 아우성. PD가 말했다. "시청자 여러분에게 더 좋은 영상을 보여드리고자..."

그리고 강호동이 하는 말이 압권이었다.

"좋은 영상은 무슨 좋은 영상이에요! 외주 제작이니까 말 못하고 있는 거지!!"


아, 이 짧은 순간 내가 강호동에게 가졌던 호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. 그렇다. 외주제작과 방송사. 이건 내가 늘 생각하고 고민하던 노동계의 강자와 약자의 모습에 관한 문제다. 마치 그 모양새와 비슷하지 않는가. 마트에 물건 납품하기 위해 온갖 설움을 당하는 하청업자들. 더 아래로 가면 사용자와 용역... 뭐 대충 그런 이야기다.

뉴스나 백분토론이나 보는 나를 보며 어머니는 너무 그러면 더 없어봰다, 라고 말씀하셨는데 역시나 어머니의 말은 틀리지 않는다. 하다못해 쇼프로그램 하나를 보더라도 생각보다 큰 충격을 받을 때가 많지 않은가.